여름에 잔디깎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랐는데

전원주택에 산다고 하면 이것저것 관리하기가 힘들다고 다들 죽는 소리를 합니다.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땐 잔디깎는 건 기계가 있는데 뭘 그리 힘들어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냥 마당있는 전원주택 사는 사람들의 배부른 소리구나 정도로만 이해했는데 나중에 잔디가 있는 마당을 직접 관리해보니 이건 찐이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 카페를 운영할때 작은 마당이 있는 곳을 계약했고 거기에 잔디를 직접 심어서 관리를 했었습니다.

사실, 카페를 인수할때 마당에 잔디가 심어져있는 상태였다면 열심히 관리하지 않고 귀찮아서 나중에 다 갈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가 들어올때 직접 돈을 주고 잔디를 심었기 때문에 잔디가 조금이라도 안 자라는 것 같으면 검색해서 해결을 하고 이런저런 방법들을 다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 잔디를 심었던 해엔 별 문제가 없었는데 겨울이 지나고 그 다음 봄이 왔을때 생각보다 잔디가 잘 자라지 않아서 못이 박혀있는 신발을 신고 땅을 전부 걸어다니며 잔디가 올라올 수 있도록 숨구멍을 내줬습니다.

그리고 매일 저녁마다 물을 뿌려주고 그렇게 관리를 했더니 5월이 되자 푸릇푸릇하게 잔디가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6월이 되고 7월이 되니 슬슬 잔디가 너무 많이 자라서 이걸 잘라줘야하는데 처음엔 뭣도 모르고 그냥 잔디깎는 가위를 사서 그걸로 싹 잘라줬었습니다.

마당이 그리 넓지가 않았기에 가위 하나면 되겠거니 했는데 가위로 절반도 못하고 바로 철푸덕 앉아서 땀을 미친듯이 쏟아내며 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위질 하는 것도 힘들고 허리도 아프고 장난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홈쇼핑으로 10만원대의 예초기를 하나 사서 그걸 돌렸는데 확실히 가위에 비해서는 쉬웠지만 프라스틱 날이라 잔디가 파라락 쉽게 잘리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배터리가 너무 금방 방전이 되서 2/3정도 돌리면 배터리가 다 닳았기 때문에 이틀에 나눠서 잔디를 깎아야했습니다.

잔디를 깎으면 긁개로 깎인 잔디를 모아서 가져다가 버리고 그렇게 또 3주정도 지나면 잔디가 또 올라와서 그걸 깎아줘야하는데 이게 여름이다보니 낮에 하면 너무 덥고 저녁엔 어두워서 잘 안 보이고 저녁이라고 또 시원한 건 아니라서 역시나 힘들었습니다.

잔디가 슬슬 올라오는 걸 보면 또 깎아야하는구나 싶고 그렇다고 또 잔디를 방치하자니 심은 비용이 아쉽고 해서 3년간 잔디를 열심히 가꿔줬는데 나중에 카페를 팔고나니 새로 인수한 분은 아예 잔디를 관리하지 않아서 결국 다 날리고 인조잔디로 깔아놨더군요.

전원주택 사는 분들도 잔디 관리하기 귀찮아서 아예 바닥을 싹 깔아버리는 경우도 있던데 어쨌든 잔디는 전원주택의 힘든 점 중에 하나일 뿐 전원주택에서 사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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