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점 먹었을때 가장 맛있었던 회는 무엇이었을까요?
회 하면 보통은 광어회를 기본으로 생각하고 예전에는 우럭회도 꽤 자주 먹었었습니다.
횟집에서 모듬회를 시키면 광어회랑 우럭회가 기본으로 나왔었는데 나중에 돈을 좀 벌고 나서는 참치회를 먹으러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일식집도 다니고 그러다가 제주도로 이사를 간 후로는 이것저것 다양한 회를 먹어보기 시작했는데 제철생선도 자주 먹고 손님들이 제주도로 놀러오면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또 먹고 그렇게 꽤 여러가지 회들을 먹어왔습니다.
여름철에는 따돔이 맛있었고 육지에서 손님들이 내려오면 돌돔을 먹으러도 갔었고 겨울철이면 방어회를 먹으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고등어회랑 갈치회는 제주도에 내려와서 처음 먹어보는 생선들이었는데 밥이랑 같이 먹는 고등어회가 꽤 별미더군요.
가을철 삼치회는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었고 마스까와한 도미는 와이프가 특히 좋아했었는데 회 한접시 시켜서 소주 한 잔 하는 맛이 너무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회를 많이 먹어왔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회는 여름에 먹었던 부시리였습니다.
제주에 내려가기 전 회사에서 친했던 동료들과 저녁에 만나 술을 한 잔 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한 일식집에서 모듬회를 주문했고 다른 회들은 다 익숙한 맛이었는데 부시리는 처음이라 이게 뭔가 하고서 한 번 먹어봤었습니다.
다른 생선들은 다 씹는 맛들이 비슷비슷했는데 부시리는 이빨이 쑤욱 들어가는 치감이 참으로 독특했고 마냥 입에서 녹는 식감도 아닌 것이 적당한 탄력도 있고 기름진 맛도 좋고 진짜 너무 맛있어서 이게 무슨 생선이냐고 다시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나중에서야 그게 방어랑 비슷하게 생긴 부시리라는 생선이라는 걸 아주 잘 알게 되었는데 여름에 먹는 부시리는 참 맛있었습니다.
제주도에서 겨울이면 방어회를 먹긴 하지만 그때 먹었던 부시리의 감동은 따라오질 못하더군요.
그런 생선회를 처음 먹어보는 거여서 너무 맛있었던 모양입니다.
겨울이면 특대 방어회를 하는 곳에 가서 부위별로 먹어보기도 했었는데 방어는 진짜 큰 놈으로 한 번 먹고 나니까 그 이후에는 10kg아래로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회를 다 먹어보고 지금은 그냥 다시 광어회에 정착하고 있는데 요즘은 생선보다는 무늬오징어에 빠져서 오징어를 먹으러 쏘다니고 있습니다.
회를 좋아해서 먹으러 다니다가 점점 낚시쪽으로 빠지는 중인데 어복이 있는 편이 아니라서 나가면 꽝만 치고 돌아오지만 이러다가 또 한 번 운이 트이면 아주 만족스럽게 잡아서 실컷 회 떠먹고 주변 사람들한테 맛 좀 보라고 보내주고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