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가 사람한테 오는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요즘 출퇴근길이나 가벼운 동네 산책을 나갈 때마다 눈앞을 가로막는 벌레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가만히 길을 걷고 있을 뿐인데 툭툭 옷에 부딪히고, 심지어 얼굴이나 머리카락 쪽으로 겁 없이 돌진하는 녀석들을 마주하면 저도 모르게 허공에 손사래를 치게 됩니다.
모기처럼 피를 빠는 것도 아니고 벌처럼 쏘는 것도 아니라는데, 왜 자꾸 떼를 지어 사람 몸에 달라붙으려고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무슨 거대한 나무나 꽃으로 착각하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골탕을 먹이려고 달려드는 건지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이 녀석들이 유독 인간 주변을 맴돌고 사람 몸을 좋아하는 데에는 아주 명확한 과학적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그 비밀을 천천히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러브버그가 사람에게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리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체온’과 ‘숨결’ 때문입니다.
사람은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몸에서 따뜻한 열기를 방출하고, 숨을 쉴 때마다 코와 입으로 이산화탄소를 내뱉습니다.
곤충들은 주변 환경의 미세한 온도 변화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감지하는 감각 기관이 대단히 발달해 있는데 열심히 걸어 다니며 땀을 흘리고 숨을 몰아쉬는 인간의 모습은 러브버그에겐 엄청난 유혹이 됩니다.
우리 몸을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본능적으로 따뜻하고 이산화탄소가 풍부한 곳을 찾아 날아오다 보니 사람 몸에 달라붙게 되는 것입니다.
밝은 색상의 옷
두 번째 비밀은 우리가 외출할 때 무심코 골라 입은 ‘옷의 색상’에 있습니다.
성충이 된 러브버그는 쓰레기를 먹지 않고 식물의 달콤한 꿀이나 이슬을 먹고 사는 의외로 깔끔한 식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래서 본능적으로 밝고 화사한 색상을 보면 꽃이 피어있는 곳이라고 착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초여름에 시원해 보이려고 자주 입는 흰색, 노란색, 연두색 같은 밝은 계열의 티셔츠나 모자는 러브버그에게 거대한 꽃단지로 보이기 딱 좋습니다.
향수 냄새
인간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화학적 냄새’도 이들을 유혹하는 치명적인 원인입니다.
외출하기 전에 뿌린 향수나 스킨로션, 샴푸에서 나는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는 러브버그에게 꽃향기와 비슷하게 전달됩니다.
게다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자동차 배기가스나 뜨거운 아스팔트가 달구어질 때 나오는 특유의 유기화학 물질(알데하이드 계열 성분) 냄새도 러브버그가 환장하도록 좋아하는 냄새 중 하나입니다.
도시의 수많은 자동차와 도로 근처를 사람의 냄새와 화장품 향이 뒤섞여 기어 다니니, 러브버그 입장에서는 온 사방이 매력적인 향기로 가득 찬 놀이터처럼 느껴져 흥분 상태로 날아들게 됩니다.
형편없는 비행 실력
마지막 이유는 다소 황당하지만 이들의 ‘부실한 신체적 한계’ 때문입니다.
러브버그는 날개가 대단히 작고 몸이 무거워서 원래도 비행 능력이 뛰어난 곤충이 아닙니다.
파리나 모기처럼 날렵하게 슉슉 장애물을 피해 다니지 못하고 어설프게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더해 이름값 하느라 암수가 항시 궁둥이를 맞붙인 채로 짝짓기를 하며 날아다닙니다.
비유하자면 2인 3각 경기를 하면서 하늘을 날고 있는 셈이 방향 조절도 마음대로 안 되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중심을 잃기 일쑤입니다.
결국 내 몸으로 당당하게 공격하러 온 게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피하고 싶어도 비행 조종 능력이 떨어져서 어버버하다가 몸이나 얼굴에 툭툭 부딪히는 어설픈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러브버그가 사람한테 오는 이유 총정리
이 녀석들은 나를 싫어해서 괴롭히는 게 아니라, 내 몸의 열기와 옷 색상 때문에 착각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자꾸 몸에 닿는 게 끔찍하게 싫으시다면 초여름 요맘때만큼은 외출하실 때 검은색이나 네이비, 회색 같은 어두운 무채색 계열의 옷을 입으시는 걸 강력하게 권해드립니다.
그러면 밝은 옷을 입었을 때보다 벌레들이 꽃으로 착각하지 않아 몸에 달라붙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 겁니다.
그리고 야외 활동을 하실 때는 달콤한 향수나 향이 강한 화장품은 당분간 화장대 속에 잠시 넣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