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물결: 잃어버린 희망

2019.02.16 12:56


퍼블리시 104에 맞춰 새로운 단편 이야기가 올라왔습니다. 이전 이야기는 새로운 물결 - 룬 조각사를 참고해주세요.


잃어버린 희망


수년 전… 


조각배에 물이 새고 있었다. 질척대는 장화를 신은 라손이 닻을 내린 군함 지취호를 향해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재수 없이 제비뽑기에 진 라손은 잃어버린 희망의 만에서 미녹까지의 오랜 항해뿐만 아니라 배와 도시를 8번이나 오가며 물건을 배로 옮기기까지 해야 했다.


함장의 명령만 아니었다면 라손은 굳이 8번이나 갈 필요도 없이 몇 번만 왔다 갔다 하면 화물을 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자의 내용물은 그런 위험을 무릅쓰기엔 너무 귀중했다. 라손은 함장에게 상자에 뭐가 들었냐고 물었고, 함장은 왕께 직접 헌상할 유명한 장인이 만든 유작들이라 들었다고 말했다. 


경비병 마델린과 에이버릴이 그를 미녹 해안에서 작은 작업장까지 호위했다. 문은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고, 작업장 안엔 온갖 도구, 용수철, 톱니바퀴, 다른 금속 물체로 가득했다. 한쪽 구석에 8개의 똑같은 상자가 쌓여있었다. 라손이 그중 첫 번째 상자를 집어 들자, 상자에서 뭔가 따스함과 평온함이 느껴졌다.

 

라손이 조각배로 돌아가기 위해 걸어가는 도중, 마을 주민이 그를 보고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가로저었다. 미녹의 모든 사람들이 주황색과 검은색으로 된 리본을 달고 있는 것 같았다. 지취호로 왔다 갔다 할 때마다 경비병들은 교대로 그를 작업장에서 배까지 호위했다. 긴 하루가 지나고 일이 끝났다. 


라손이 자신의 해먹에 눕자, 초저녁 당직이 닻을 올리고 잃어버린 희망의 만으로 출항을 시작했다. 지취호가 만의 어귀에 도달한 건 거의 자정에 다다랐을 때였다. 달이 북부 산맥에 모습을 감췄다. 빠르게 움직이던 배가 갑자기 바람이 멈추자 마치 그물에 걸린 고기마냥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승조원들이 황동으로 만들어진 경고용 종을 울리자, 함장과 다른 감시원들이 갑판으로 나왔다. 어두운 바다 한가운데 갑판의 등불만 빛나고 있었다. 수십의 우아한 그림자가 마치 바다를 메우듯이 휙휙 스쳐 지나갔다. 우아한 모습은 엘프와 같았지만, 아가미와 긴 물고기 꼬리를 지니고 있었다. 


“인어다!” 수부장이 소리쳤다. 


그중 하나가 배로 올라타더니 삼지창으로 한 선원을 꿰뚫어 갑판에 꽂았다. 


“우린 닉시다! 우릴 모욕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봐라!”


더 많은 닉시 무리가 선체에 올라타고, 끈적이는 점액이 뚝뚝 떨어지는 멀쑥한 바다 마녀가 파도를 타고 갑판으로 올랐다. 바다 마녀 시코락스가 파도에서 내리자 닉시들은 자신들의 지도자의 주위로 밀집 대형을 이뤘다. 


함장이 비무장 상태로 걸어 나왔다.


“우리가 싸울 이유는 없소. 우리 왕께선 다른 이종족들과 평화 협정을 맺으셨소.”


시코락스가 코웃음을 쳤다.


“너희 인간들이 해골섬의 모래톱에서 그물로 내 여동생 녹숨을 잡아갔을 때, 너희 왕이 맺은 협정이 지켜주었더냐? 내 동생이 빼앗긴 목숨의 대가로 네놈들의 목숨을 빼앗으리라.”


함장이 라손에게 눈짓했다. 젊은 선원이 선창에 있는 화물을 지키기 위해 내달렸다.


“그 짓을 저지른 자들이 우리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계시겠지요. 저흰 그저 평화롭게 해결을 보길 바랄 뿐입니다.”


바다 마녀가 부서진 조개껍질로 만들어진 검을 뽑아 함장의 목에 댔다.


“너희가 그렇게 부르짖는 협정이 여기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협정 말이다.”


함장이 갑판에 쓰러지자, 승무원들이 검을 뽑아들고 두 진영이 전투에 돌입했다. 선원들은 간신히 닉시들을 다시 물로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코락스는 여전히 갑판 위에 서있었다.


“네놈들 중 몇몇은 사로잡길 원했건만.”


그녀의 아가미가 푸른빛을 내고 노래를 부르며 기이한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선체에 붙은 모든 따개비들이  몸부림치며 껍질에서 뛰쳐나왔다. 따개비들이 날뛰며 선체를 갈갈이 물어뜯었다. 노랫소리가 바다에 울려 퍼지자 어두운 바다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엄청난 와류가 일어나더니 부서진 배와 타고 있던 선원을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차오르기 시작하자 라손은 필사적으로 화물을 고정시키는 그물을 잘랐다. 상자들이 부서지며 열렸다. 안에 조각된 돌들이 굴러다니다 선체의 8개 구멍에 박혔다. 선원의 머리까지 바닷물이 차오르자 선원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난동이 끝나고 바다가 잠잠해지자, 시코락스는 웃으며 밀려드는 파도와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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