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람푸스 이야기: 맹인 거지의 친구

2019.01.05 19:48


안녕하세요, 해당 내용은 작년 12월에 올라왔던 내용인데 착각으로 미처 올리지 못하고 새해를 맞이해버렸던 부분입니다.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뒤늦게나마 이야기를 읽으실 수 있도록 올립니다.


맹인 거지의 친구


저자: EM 말라키


"이리 와보시게, 친구! 이걸 한 번 보게나! 내게 온갖 종류의 기념 카드가 있네. 알베르타 글라코가 직접 만든 것들이지. 크리스마스, 겨울 축제, 바다코끼리 축제에 나온 카드까지 말일세! 기념 카드를 살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일세! 모조 금박지도 있네! 좀 비싸게 보일 진 몰라도...


자넨 꽤나 안목이 높은 고객같구먼. 좀 독특하고 희귀한 물건을 찾는 모양이군. 카드에 대해 알고 싶은 겐가? 누가 올해같은 때에 그렇게 야만적이고 악마적인 그림이 그려진 카드를 원하겠나? 뭐, 꼬마들을 무섭게 하려면 그것만한 게 없겠지만. 꼬맹이들은 자기네 부모를 사랑하는 만큼 무서워하기도 하지. 그만한 거라면 크람푸스가 제격이고 말이야.


잠깐, 잠깐. 크람푸스 이야기를 모른다고? 난 모두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자, 일단 천상의 물건들을 둘러보게. 둘러보는 동안 내 어머니께서 말해준 크람푸스 이야기를 들려주지.


수년 전, 두 거지가 있었네. 늙은 조와 그의 친구였지. 둘의 좋았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 베스퍼에서 추운 겨울을 맞이했다네. 다리 밑이긴 해도 집은 집이라고 옹기종기모여 추위를 견디고 있었네. 매년 늙은 조는 여기저기서 한푼씩 모아 크리스마스를 위해 브랜디를 사서 친구와 노나마셨지. 술기운이 올라 몸이 따뜻해지면 매년 똑같은 이야기를 하곤 했다네.


이윽고 더 늙었던 친구는 세상을 뜨고 말았지. 늙은 조는 여전히 크리스마스에 마실 브랜디를 위해 돈을 모으고 있었네. 늙은 거지는 세상을 떠난 친구를 위해 컵에 브랜디를 채우고 함께 마시는 이들과 새해를 축하하며 술을 마셨네. 소싯적 젊고 브리타니아 전역을 떠도는 상선들에 화물을 가득 싣던 전성기가 다시 찾아오길 바라며 말일세. 맹인이 되었지만 이 전통만은 매년 지켜왔지.


베스퍼에 사람보다 돈이 중했던 시기가 있었지. 특히 고약한 상인들은 자신의 부를 위해 베스퍼의 가난한 자들을 이용하곤 했지. 많은 거지들은 브리튼이나 미녹과 같이 적어도 사람 대접은 해주던 도시로 떠났네. 하지만 늙은 조는 떠나지 않았지. 맹인 거지로썬 여행을 할 수도 없었고, 집은 집이었으니까.


그해 겨울은 100년만에 찾아온 가장 추운 겨울이었네. 상인의 입김때문에 늙은 조는 어딜가든 매몰차게 거절당하고 거리엔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었지. 심지어 탐욕의 산맥에서 내려온 끔찍한 몬스터들은 탐욕과 적의로 가득했고. 한 괴수는 늙은 거지가 거리에 주저앉아 쉬고 있는 모습을 보았네. 나는 그 괴수가 거지를 해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


늙은 조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말했네.


'이보게, 친구. 내가 보진 못해도 들을 순 있네. 우리 둘 다 이렇게 밖에 홀로 있으니 나와 한 잔만 나눠마실 수 있겠나.'


그는 약간의 브랜디를 컵에 담아 건넸네. 괴수는 깡통잔을 받아 마셨지. 마치 봄기운이 느껴지는 것같은 술은 괴수를 진정시켰네. 괴수는 거지 옆에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지.


술병이 다 비어갈 때즈음, 늙은 조는 괴수와 마지막 건배를 하고 누웠네.


'이보게나, 친구. 아무래도 이번 겨울이 내 마지막인가 보오. 하지만 홀로 보내지 않아 기쁠 따름일세.'


다음날 사람들은 늙은 조가 죽어있는 모습을 발견했네. 하지만 얼굴엔 웃음을 짓고 있었지. 그가 떠난 자리엔 두 개의 컵과 무서운 크기의 발굽 자국이 사방에 나있었지만, 늙은 조에겐 상처 하나 없었다네. 반면 베스퍼에서 패악질을 벌이던 상인은 그날 밤 사라졌고, 그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지.


들어줘서 고맙네, 친구. 뜻깊은 크리스마스를 보내길 바라네. 삶을 즐기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나. 특히 겨울엔 착하게 지내게. 거지에게도 친절을 베풀고, 친구와 술잔도 나누고,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기념 카드도 보내게. 나쁜 짓을 하게 되면 크람푸스가 자넬 찾아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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