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방첨탑 - 잠복자

2017.09.02 02:05


부서진 방첨탑의 새로운 소설인 잠복자가 공개되었습니다.


잠복자


EM 말라키 작성


베스퍼의 섬과 다리에서 안개가 끼면서 운하 도시를 잿빛으로 물들였다. 산-렘은 한기에 몸을 떨었지만 인간 도시에 동행하던 자들과 떨어지지 않기 위해 빠르게 걸었다. 그녀의 고용주인 오르비들렘이 수행단에게 인간의 관습을 따르며 이동할 때엔 날지 말고 걸으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자욱한 안개에 앞이 안보이자 그녀는 걸어다니라는 지시를 상기하며 퍽이나 고맙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터 머와 브리타니아 사이에서 중계 무역으로 부자가 된 상인 오르비들렘의 개인 치료사가 되는 건 그녀가 원했던 삶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버 로 렉의 생존자들과 피난민 정착지에 부대끼며 사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급여는 금화와 음식으로 받았다. 한때 피난민 정착지에서 같이 빠져나와 포상금을 같이 나누던 친족은 그녀보다 훨씬 덜 받았다. 단일의 미덕은 몇몇 가고일들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브리타니아의 도로는 위험하다는 경고를 받은 오르비들렘은 상선을 빌렸다. 늦여름 바다는 따스했고 바람은 딱 좋은 시기에 베스퍼에 도착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도착한 뒤 날씨가 갑자기 바뀌었다. 오르비들렘과 거래하던 인간 상인은 이 시기에 안개가 낄리가 없다고 말했다.


강철나무 여관의 호사스러운 방에서 오르비들렘이 나간 후, 산-렘과 나머지 수행단은 훨씬 값싼 숙박 시설로 향했다. 마쉬 회관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는 도중 산-렘은 새와 벌레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그 적막이 언짢았다. 엑소더스의 기계들이 그녀의 고향을 산산히 부숴버리기 전의 적막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녀가 잠시 귀를 기울이자, 동쪽에 있는 바다에서도 이상한 소리가 났다. 뭔가 마구 우르릉거리며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가 들렸다. 산-렘은 동포들에게 뭔가 확인할 게 있다고 하고 하늘로 날았다. 두꺼운 안개를 헤치고 솟아오르자, 바다의 전경이 또렷이 한 눈에 들어왔고 그녀가 우려하던 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거대한 파도가 운하 도시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지상으로 내려와 동족들에게 경보를 했다.


"죽스-위스-레!"


다른 가고일들이 경보를 알아채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여러 방향으로 각자 날며 사람들에게 알렸다. 산-렘은 도시에서 가장 취약한 곳으로 날아갔다. 바로 자신들이 정박했던 항구였다.


그녀는 빠른 속도로 항구로 향하는 길에 수로와 도로를 날며 위험을 알렸다. 그녀의 절박함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그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지 이해하는 듯 했다. 산-렘이 최대한 빨리 항구에 도착했을 땐 거대한 파도가 안개를 헤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항구 끝자락에서 놀고 있는 두 아이들이 눈에 보였다. 거침없이 다가오는 파도는 안개를 가로지르며 다가오고 있었고, 그 기세에 산-렘의 눈은 공포로 물들었다. 안개에 파도가 오는 지도 모른 채, 항구를 독차지한 두 소년들은 바다에 박힌 말뚝 사이를 뛰놀고 있었다. 버 로 렉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해줬던 본능은 서둘러 도망치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그녀는 항구로 내려갔다.


산-렘은 아이들을 하나씩 양팔에 붙들고 버틸 수 있을 정도의 고도로 날아올라 서둘러 항구 반대로 날았다. 안개 위로 날아올라가고 싶었지만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설령 올라가더라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마법 상점의 문이 열려 있었고, 연금술사가 그녀에게 서두르라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가게 문까지 거의 다 왔을 때, 그녀는 양팔에 안고 있던 소년들을 연금술사에게 던졌다. 그리곤 뒤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가게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그와 동시에 차가운 바다가 그녀의 몸을 덮쳤다.


베스퍼가 순식간에 물에 잠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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