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 이벤트 - 수액, 그 이후의 이야기....

2012.11.23 14:23



아퀴나스는 수액을 품에 넣고, 회의장으로 곧바로 들어섰다. 이미 회의장에는 아퀴나스가 하트우드를 위한 치료제를 찾았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있던터라 사람들은 조용히 아퀴나스를 보고 있었다. 마법사 협회도, 왕실 평의회도 모두 아퀴나스가 들어오는 모습을 숨죽이고 보고 있었다. 아퀴나스는 조용히 자신의 마법사 모자를 벗으면서 모자의 뾰족한 끝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키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여기서 정치를 논하며, 서로의 책임을 미루는 동안에 이미 브리타니아의 시민들은 당신들이 하지 못한 것,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하기 싫어하는 것을 해냈습니다.”

그러자 주위에서는 조용한 숨소리와 헛기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법사 협회나 왕실 평의회 모두 서로 간에 불화가 있었던건 사실이고, 자신들이 서로 반목하는 사이에 아퀴나스는 이미 치료제를 찾아왔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서로가 서로의 눈치는 보는 중, 갑자기 왕실 평의회쪽에서 누군가가 일어났다.

젊고 말쑥하지만 어딘가 초췌해보이는 그는 재커리라고 불리는 사나이로써 짧은 갈색 머리에 검은 눈을 가진 사나이였다. 겉보기에는 분명 말쑥하고 초췌해서 어딘가 병이 든 사람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얇은 옷 속에는 다부진 근육이 숨어있었다. 그는 이미 마이낙에서 선출된 평의회의 일원으로써, 본래는 광부 집안에서 태어난 자였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나서, 그를 우연히 본 귀족이 그를 보고 감동하여 자신의 대자로 삼아 광부의 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 귀족은 평의회의 일원이었으나, 얼마 전 지병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고 그의 자리를 브리튼 왕립 도서관에서 일하던 그가 맡아서 평의회의 일원이 된 것이다. 그는 평소에도 날카로운 평론으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한 세기에 나올까 말까한 천재라고 부르는 한편, 어떤 사람들은 현란한 말쏨시로 사람들을 속아넘기는 사기꾼이요, 뱀의 혀를 가진 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 사나이가 지금 아퀴나스의 말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건 심한 말입니다, 아퀴나스. 저희가 이 자리에서 논의한 것은 하지 싫어서 서로 미룬 것이 아닙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귀중한 병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이지요.”

그 말에 아퀴나스의 이마가 꿈틀거리며,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느꼈지만 그는 이내 참고 말했다.

“그것이 지금 이 브리타니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백성들이 고통을 받고 우리의 동맹이 쓰러져가는 모습에도 서로가 책임을 물으며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겁한 변명이오?”

재커리는 쓰고 있던 안경을 벗으면서 아퀴나스를 뚜렷히 쳐다보고 말했다. 그의 검은 눈 속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순간 아퀴나스는 그 느낌이 왠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그건 한순간이었다.

“비겁하다고 말씀하셔도 할 수 없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브리타니아 각지에서 이상 현상이 보고 되고 있고, 저희는 모두 병력을 파견하고 있지요. 마법사 협회나 왕실 평의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병력들을 나눠서 각지로 보내서 병력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뚜렷한 증거나 신뢰할 만한 정보 없이 함부로 병력을 움직이다가 큰일이라도 벌어진다면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만약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지요? 아퀴나스님께서 수십명의 역할을 혼자서 하실 수 있으시다면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혹시라도 저 토쿠노의 섬에서 닌자라고 부르는 암살자들이 쓴다고 하는 분신술이라도 쓰신다면야 언제든 병력을 내드리죠.”

그의 비꼬는 농담에 몇몇은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재커리의 얼굴은 웃고 있지 않았다.

“어디서 감히! 그건 비겁한 변명에 불과해! 믿을 수가 없군! 어떻게 자기 자신을 속일 수가 있지? 그따위 궤변을 하려면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말게! 애시당초 마법사 협회나 왕실 평의회가 가진 예비대의 절반씩을 나눠서 조사단을 파견했더라면 훨씬 더 빨리 조사를 끝마치고, 실종자도 생기지 않았을지도 몰라. 이 땅에 벌어지는 일들의 심각성을 모르고 서로가 가진 병력을 감추기에 급급한 당신들의 모습을 내가 모를 줄 아나?”

주위가 아퀴나스의 일갈에 순식간에 실소를 멈추고 조용해졌다. 아퀴나스의 회색 눈은 재커리를 잡아먹을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재커리는 그의 눈빛을 태연히 받아내며 웃음을 띄고 안경을 집어서 닦으며 말했다.

“예비대라는 것은 말 그대로 예비 상황을 위한 병력입니다. 저희도 예비병력을 움직이고는 싶지만 그렇게 한다면 수도 방어는 전적으로 브리튼 수도 경비대가 맡아야 하게 되지요. 반대로 여쭤보겠습니다. 만약에 전처럼 리자드맨과 오크들 무리가 연합해서 브리타니아로 들어왔는데 저희 예비 병력을 보내면 어떻게 막아내지요? 물론 아퀴나스님의 말씀이 틀렸다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는 훨씬 더 큰 시야로 문제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아퀴나스님께서 치료제를 찾지 못하셨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결과적으로는 아퀴나스님의 말이 맞지만,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우리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바라건데, 저희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는 하지 말아주십시요. 저흰 이미 젤롬의 용병들을 고용하는 수단까지 동원하기 위한 단계를 논의하기도 했고, 금액 문제를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재커리는 안경을 고쳐쓰면서 아퀴나스에게 말했다. 그는 젊었지만 그의 말은 청산유수와도 같았다. 막힘없이 그의 말이 나오자, 오히려 아퀴나스보다 마법사 협회와 왕실 평의회가 아퀴나스가 어떻게 응수할지 지켜보고 있었다. 아퀴나스는 이를 갈았다. 분명 재커리의 말이 틀린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새삼스럽게 그의 별명이 ‘뱀의 혀’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좋아, 자네의 말도 인정하지. 그러나 결과적으로 내가 이 자리에 치료제를 가져오게 된 결과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할 것일세. 그리고 이 회의에서 늦어진만큼 하트우드의 사람들은 더 많이 죽었다는 사실과 실종자들이 생긴 점에서도 말이야. 그리고 내가 가져온 이 결과로 나는 실종자들을 찾기 위한 구조대를 파견하길 요청하네.”

재커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요. 무례하게 군 점은 사과드립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이 회의가 결코 헛된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 모두 실종자나 우리의 동맹이 피를 흘리는걸 원치 않다는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마침 저희가 젤롬의 용병들과 함께 일부 병력을 포함해서 구조 및 조사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거의 끝마친 상황입니다. 구조 및 조사대는 제가 직접 맡아서 운용할 계획입니다.”

내심 아퀴나스는 놀랐다. 자신을 이렇게 맹렬하게 쏘아붙인 재커리가 직접 구조 및 조사대를 맡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내 그의 독설에 치솟던 분노가 순식간에 가라앉고 고마움이 앞섰다. 그가 자신에게 쏘아붙인 말보다 자신이 그에게 한 독설이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의 별명이나 생각하며 그에게 미운 감정이 들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사과를 받아들이겠네. 그리고 내 감정에 치우쳐 자네에게 소리지른 내 사과도 받아주게. 그리고 조사대를 잘 부탁하네.”

왕실 평의회와 마법사 협회는 재커리의 모습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신임 평의회 일원으로써 이렇게 두각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었다. 그간 왕립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문학가나 예술가들과 토론을 하면서 시민들의 인기를 받았던 한낱 평론가로 치부했던 자가 이내 정치에 눈을 뜨기 시작한게 아닐까하고 회의장의 사람들은 살짝 선망의 눈과 함께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아퀴나스는 그에게 치료제를 주고 다시 마법사 모자를 고쳐쓰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지금 그에겐 쉴 시간조차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생존자의 목숨은 위태로워 질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갔던 지하 던전에서 찾은 몇 가지 단서들은 그로 하여금 무언가가 이 배후에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다.

무언가가 이 브리타니아에 다시금 재앙을 끼치려고 하는 것이 틀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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